구운 계란으로 출근길 직장인들의 힘이 되는 달걀 목사

손영복 승인 2019.05.24 00:00 의견 0

- 산업 배후도시 순천, 직장인 240여명 섬기는 현장을 가다


[한국다중뉴스 = 손영복 시민기자] 전남 순천시 대규모 아파트 단지인 해룡면 신대 지구 2.3.6단지 앞에서 매주 화요일에 섬기고, 1,5단지에서 목요일에 맛있고 영양 많은 구운 계란과 요구르트로 출근길 직장인들은 240여명이나 섬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사진설명 = 오쿠에 정성껏 구워낸 제일 큰 왕란들이 담긴 보온가방과 요구르트가 담긴 바구니>


신대지구에서 차로 10여분 떨어져 있는 도심 속 전원 교회인 신성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의 담임목사인 김만철 목사와 강윤자 사모다.


김 목사와 강 사모는 2018년 6월에 현 신성교회에 부임했다. 직전 목회지였던 고흥에서는 시골 마을이라 논이나 밭에서 일하는 노인들에게 새참으로 위로하고 힘을 주기 위해 구운 계란과 시원한 얼음물로 섬겼는데, 다들 고마워하며 좋아했다 한다.


신대지구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은 화, 목 오전 6:50부터 7:30~40까지 40, 50분간 섬기고 있다. 출근 버스가 시간대별로 차례대로 들어오고 가고, 들어오고 가고 한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행복하세요.”, “힘내시고 즐겁게 일하세요.”, “사랑합니다.”, “여러분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따뜻한 격려의 말과 환한 미소로 뜨끈뜨끈 포슬포슬 구운 계란과 요구르트를 쥐어 주고 있다.


<사진설명 = 따뜻한 격려의 말과 함께 구운 계란과 요구르트를 두손에 쥐어주고 있는 강윤자 사모(좌)과 김만철 목사(우)>


탁 치면 바로 껍질이 벗겨지니 삶은 계란보다 까기가 엄청 쉽고, 노른자가 ‘포근포근’, ‘포슬포슬’ 팍팍하지 않아 목 넘김이 부드럽고 소금이 없어도 맛이 좋다. 여기에 궁합이 딱 맞는 요구르트까지 더해지니 간편하면서도 영양이 우수한 계란에 금상첨화가 된다.


달걀은 두부, 우유와 더불어 단일 식품으로는 가장 뛰어난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나트륨이 적으며 엽산과 철분 그리고 칼슘 등이 풍부하다. 그리고 비타민과 무기질 등 우리 몸에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을 골고루 갖추고 있어서, 혈관 건강치매 예방두뇌발달피부미용근육통 완화간 보호항산화 작용노화 방지 등에 도움이 된다.


또 1개에 열량이 80kcal밖에 되지 않지만, 단백질이 풍부하고 위 속에 머무는 시간이 3시간이 넘기 때문에 포만감을 주어 식사량도 줄여 주는 데 도움이 되고 눈에도 좋고, 면역력도 향상되며, 음주 후 먹으면 혈중알코올농도를 떨어지게 하는 효능들이 있다.


달걀 한 개 안에 사람의 몸에 좋은 영양소가 가득 차 있는 것처럼, 김 목사와 강 사모가 오쿠에 구워 준비한 구운 계란 한 개 한 개에도 보약이 되는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있다.


달걀 구매 과정에서부터 직장들의 손에 따뜻하게 전해질 때까지 전 과정이 오직 정성과 사랑과 기도로 이루어진다.


우선, 달걀 받는 사람이 대접받는 느낌이 들도록 가장 큰 왕란을 선택한다. 오쿠 1개에 30개씩 구울 수 있는데 2개의 오쿠를 가지고 하루 필요한 분량 150개를 구워낸다.


30개 1판 구워내는데 꼬박 5시간이 걸린다. 총 5판을 구워내려면 20시간이 넘는다. 다 구워진 계란을 꺼내고 새 계란으로 교체해야 하므로 잠을 자다가 중간에 깨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다 구워진 달걀은 “오늘도 행복하세요”라는 글이 새겨진 스티커를 붙인후 보온 유지를 위해 대형 보온밥솥으로 옮겨지고, 현장에 나가기 전에 보온가방으로 옮겨 담아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뜨끈뜨끈 기분을 좋게 해주는 온도로 달걀의 따뜻함이 유지되어 직장인들 손에 쥐어진다.


<사진설명 =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구운 계란을 두손에 쥐고 있는 최만승(58) 씨(좌)와, 공손하게 기쁘게 구운 계란을 받고 있는 양효석(70) 씨(우)>


손안에 계란이 들어오는 순간, 특히 겨울에는 더욱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율촌공단으로 출근하는 최만승(58) 씨는 추운 겨우내 따뜻하게 추위를 녹여 주었고, 주머니에 넣고 가면 회사에 도착할 때까지 따뜻함이 유지되면서 사랑이 느껴졌다고 감사함을 표현했다. 귀한 일을 하고 있고, 앞으로 꾸준히 지속하면 더 많은 사람이 좋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오전 7:23에 출발하는 출근 버스 기사 양효석(70) 씨는 열심히 애써주는 것이 너무나 감사하다면서 일부러 버스에서 내려 공손하게 기쁘게 받았다.


김 목사가 순천 신성교회로 부임한 후, 이 일을 시작한 계기가 있다.


한국발전기술 소속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24) 씨가 한국서부발전이 운영하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2018년 12월 10일 밤늦은 시간 태안 화력 9-10호기 트랜스포머 타워 04시(c) 구역 석탄이송 컨베이어 벨트에서 기계에 끼어 목이 절단되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 목사는 뉴스를 보고 가슴이 아파 많이 울었고, 우리나라에서 한 해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노동자가 1,000명에 육박하는 것까지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


2018년 국내 산재 사망자가 상반기에 503명, 한 달에 83명꼴, 하루 평균 3명꼴로 발생한다는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고 강 사모도 함께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한해에 1,000명에 가까운 산업근로자들이 아침에 출근하여, 저녁에 귀가를 못한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순천은 인근에 광양제철, 율촌 공단을 둔 산업 배후도시다, 목사인 내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깊은 생각을 한 김 목사는 세 가지를 계획했다.


1. 아침마다 따뜻한 격려의 말로 축복해 주자.

2. 아침 식사를 거른 사람들에게 간단하면서도 영양이 풍부한 계란으로 빈속에 조금이라도 요기가 되게 하자.

3. 출근 버스가 떠난 자리에서, 무사 귀가를 위해 간절히 기도해 주자.


계획을 곧바로 실천에 옮기기 위해, 김 목사는 여러 곳을 답사했고 많은 근로자가 차례대로 출근하는 신대지구 1, 5단지 앞을 찾아냈다.


<사진설명 = 출근 버스를 타고 있는 근로자들 모습(좌)과 출근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근로자들 모습(우)>


달걀을 바로 먹지 않고 회사에 가서 라면 끓여서 같이 먹거나 아침 안 먹은 동료에게 선물로 주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또 아침을 먹고 나온 사람들은 먹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계란을 양보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인사를 받기만 하던 사람들도 김 목사와 강 사모의 규칙적이고 지속적인 섬김에 감동을 하여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행복하세요.”, “신성교회를 위해서 기도하고 있습니다.”라며 함께 진심으로 인사와 마음을 나누는 단계까지 되었다. 전하는 자, 받는 자 모두 가슴이 뭉클해진다.


김 목사는 지루하게 차를 기다리는 근로자들을 위해 재미있고 교훈적인 이야기도 들려준다. 계란으로 손도 따뜻, 김 목사의 진정한 목소리에 귀도 따뜻, 좋은 이야기로 마음에는 용기와 격려까지 심어준다.


근처 식당 주인, 얼굴도 모르는 청년 등 김 목사와 강 사모의 선행을 알게 된 많은 사람이 자신들도 좋은 일에 동참하고 싶다고 달걀 값을 보내오는 일이 많아지고 계속 퍼지고 있다.


2019년 4월 28일에는 개그맨 배영만을 초청하여 이웃 초청 큰잔치 한마당을 준비했는데 원근 각지에서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폭우 속에서도 꼬불꼬불 돌아 돌아 들어와야 찾을 수 있는 신성교회로 찾아와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강 사모와 이 교회 서진미 집사가 신성교회가 위치하는 신성마을뿐만 아니라, 주변의 여러 마을과 상가 80여 곳까지 구운 계란과 요구르트로 어렵고 외로운 노인들과 피곤하고 지친 상인들을 격려하며 사랑을 전하고 있다.


이 같은 선행을 지켜본 신성마을 측에서도 잔칫날 이장을 통해 50만원, 부녀회에서 30만원을 좋은 일에 써달라면서 찬조하고, 흥겹게 잔치에 참여하였다.


김 목사와 강 사모는 이처럼 사람들의 마음이 열려서 스스로 좋은 일에 동참하게 만드는 헌신적인 목회를 하고 있다.


<사진설명 = 신성교회 김만철 담임목사와 강윤자 사모가 출근 버스들이 떠난 자리에서 산업근로자들의 무사 귀가를 위해 뜨겁게 간절히 기도하고 있는 모습>


현시점에서 기독교는 불법 세습과 재정 비리 등으로 국민들의 지탄을 받는 대형교회들과, 부와 권력 명예를 다 가지고 있으면서도 사회적으로 전혀 귀감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부정부패에 빠져있는 타락한 기독교인들의 모습에 개독교라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그러나 김 목사와 강 사모의 아름다운 헌신이 기독교와 교회에 대해 미세먼지처럼 덮여있는 국민들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시원한 비처럼 씻겨주는 계기가 되고, 기독교 안에서는 교회와 목회자들에게 어떤 목회를 해야 하는지 좋은 본보기가 되길 바란다.


<사진설명 = 전남도 순천시 해룡면에 위치한 신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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