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개 유족·시민단체 25일 기자회견...7개항 요구 성명서 발표

- “여순사건특별법 시행 1년 평가...업무 과중 앞날 아득”

정중훈 기자 승인 2023.01.27 13:34 의견 0


[한국다중뉴스 = 정중훈 기자]

여순10·19범국민연대(범국민연대)와 여순항쟁전국유족총연합(회장 이규종) 등 관련 유족 및 시민단체가 25일 오전 전라남도 동부청사 앞에서 여순사건 신고접수 마감 등 특별법 시행 1년을 평가하는 공동기자회견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날 영하의 추운 날씨 속에서도 여순항쟁 유족단체 등 43개 연대단체를 대표한 50여명이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해 추가 신고 접수 등 7개 항에 대한 요구를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서 “총 6691건의 신고접수와 진상조사 개시 결정, 남원지역 직권조사 실시 등 4회의 전체회의와 10회의 소위 회의를 통해 주요사항을 결정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나, 비상임위원 체제로 운영되면서 전문성과 책임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1년여의 파견 공무원의 근무기간 등 한계를 확연하게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신고기간 즉시 연장할 것 ▲직권조사를 확대할 것 ▲민간전문가 중심의 지원단 조직을 구성할 것 ▲진상조사보고서 작성기획단을 조속히 구성할 것 ▲전문조사관과 사실조사원을 확충할 것 ▲전라남도의 여순사건 업무에 대한 역할 인식과 책임을 분명히 할 것 ▲특별법과 시행령의 개정과 보완에 적극 나설 것 등을 요구했다.

범국민연대 관계자는 “내년 10월까지 6000건이 넘는 사건을 조사하고 심의해서 처리해야 하는데, 현재의 인력구조나 사실조사원으로는 심각한 업무과중이 우려되고, 이들 파견직원들이나 사실조사원의 처우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물리적으로 힘들 것 같다”면서 “오죽하면 전남도청 실무지원단에 파견된 직원들이 1명만 남고 모두 도망치듯 원대복귀 해버렸고, 중앙지원단도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 원대복귀하는 등 작금의 현실을 덮으려고 해서는 안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날 공동기자회견에는 위 두 단체를 비롯해 제주4.3범도민연대, 6.25전쟁전후피학살자전국유족회, 대전산내사건 전남유족회 등 관련 유족단체와 여수·순천·광양YMCA, 전남연대회의, 전남교육희망연대, 전남녹색연합, 전남진보연대, 전국농민회광주전남연맹 등 43개 단체가 연대단체로 참여했다.


여수‧순천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위원회 및 실무위원회 출범 1주년 그리고 피해 신고기간 마감에 부쳐

성 명 서

우리는 무엇을 하였는가? 무엇이 문제인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2021년 7월 20일,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여순특별법)이 제정 공포되고 2022년 1월 21일 여순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와 실무위원회(위원장 전라남도 지사)가 출범하였다. 지역사회의 요구사항이 법률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아쉬움이 있었지만, 유족과 지역사회는 특별법 제정을 환영하고 위원회 출범을 반겼다. 73년 통한의 세월을 씻어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여순특별법 시행 1년을 맞이하여 우리는 무엇을 하였는가? 무엇이 문제였는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엇을 하였는가?

여순특별법에 따라 2022년 1월 21일부터 피해신고를 받기 시작하여 2023년 1월 20일, 1년간의 신고접수가 마감되었다. 전라남도의 발표에 따르면 2023년 1월 20일까지 총 6,691건(진상규명 193, 희생자·유족 6,498)이 신고가 접수되었다.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이하 여순위원회)는 2022년 10월 6일과 12월 29일 두 차례에 걸쳐 희생자 155명과 유족 906명을 희생자와 유족으로 결정하였다.

2022년 10월 6일, 여순위원회는 처음으로 진상조사 개시를 결정하였고, 전라 북도 남원지역에 직권조사를 실시하는 등 4차례 전체회의와 10차례 소위원회를 통해 주요사항을 결정하고, 위원회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유족회와 시민단체도 찾아가는 희생자 및 신고접수에 온 노력을 다했으며, 법령 제정 당시 미흡한 부분에 대한 개정 운동을 전개하였다. 아울러 포럼, 학술대회, 공청회 등을 통해 위원회의 탄력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에 대안을 제시하였다.

2. 무엇이 문제였는가?

위원회 출범 1년을 맞이하여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위원회는 위원회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였고, 시민단체와 유족회도 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있는 힘을 다해 대안 제시하였다. 그러나 위원회 1년은 지역사회가 요구한 운영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위원회가 모두 비상임 위원으로 운영되다보니, 전문성과 책임성에 있어서 현저히 떨어졌다. 위원회를 지원하는 지원단의 경우에도 조직 대부분이 파견된 공무원으로 1년 정도 파견된 이후 모두 원 소속기관으로 복귀했다.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갖출 수 없는 조직구조라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특별법과 시행령에 대해서도 위원회 출범 당시부터 미흡한 규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도 개정되지 않았다. 예컨대 희생자‧유족 신고기간에 대한 연장, 위원회의 비상임구조를 상임위원 체제로 개정 등을 지속해서 요구했지만, 정부와 정치권, 전라남도 등 관련자들은 말로는 법을 개정하겠다. 위원회와 지역사회의 소통도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3.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는 지난 1년간 여순사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에 대해 철저히 반성하면서 다음과 같은 사항에 대해 촉구하고자 한다.

1) 신고기간을 즉시 연장하라.

70여 년을 숨죽이고 살아왔던 유족들이 쉽게 나서지 못할거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견했다. 그렇기에 적극적인 신고 접수가 중요했고 다양한 홍보 방안을 제시하고 요구해왔다. 전남의 각 지자체에서는 적은 인원이나마 담당 공무원과 사실조사원들이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피해신고를 유도하고 직접 접수를 받았다. 그렇지만 아직 신고하지 못하고 있는 유족들이 많다. 단 한 명이라도 억울한 희생자나 유족이 없도록 신고기간 즉시 연장할 것을 촉구한다.

제주4.3의 경우 7차례 기간이 연장되었다는 것을 주지하라.

2) 직권조사를 확대하라

여순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 사건이 발생한 지 75년이 지났다. 희생자는 파악되지만, 유족을 찾을 수 없는 희생자가 많다. 아울러 국가에서 발굴한 군법회의, 수형인 명부 등 각종 자료에 등장한 희생자도 있다. 위원회가 갖는 권한을 최대한 활용하여 여순사건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법에 명시된 직권조사를 보다 확대할 것을 촉구한다.

3) 민간전문가 중심의 지원단 조직을 구성하라.

현재 파견 공무원으로 구성된 지원단은 전문성과 책임성에서 분명한 한계가 있다. 특히 파견 공무원의 경우 1년 정도에 머물고 원 기관으로 복귀한다. 무슨 일을 창의적이고 적극적으로 하고 싶겠는가? 더구나 전라남도는 지원단 업무 담당자와 중앙지원단으로 파견 근무하던 공무원들을 인사 발령을 내었다. 업무의 지속성을 고려하지 않고 새로 부임 받은 공무원들은 업무 파악부터 다시 해야 한다. 지난 1년간 지원단 운영에서 여실하게 드러난 바 업무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여순위원회에 민간 상임위원을 두는 방안을 하루빨리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4) 진상조사보고서 작성기획단을 조속히 구성하라.

법에 따라 진상보고서를 작성하려면 ‘진상조사보고서 작성기획단’을 구성하고 전문위원과 조사관들이 진상규명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어야 한다. 그런데 실상은 어떠한가? 여순위원회에서 지속해서 진상조사보고서 작성기획단 구성을 촉구하고 의결했지만, 아직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이는 의결을 실행해야 할 지원단장이 직무를 유기했기 때문이다. 여순위원회는 최소한 제주4.3위원회 수준의 기획단과 전문위원과 조사요원을 하루빨리 구성할 것을 촉구한다.

5) 전문조사관과 사실조사원을 확충하라.

많이 늦었지만 더 늦기 전에 고령의 유족들이 살아있는 동안 여순사건 희생자와 유족으로 결정을 받고 조금이라도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을 앞당겨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조사관과 사실조사원의 확충이 시급하다. 업무의 전문성과 일관성을 위해 확실한 교육 후 책임성을 갖고 조사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지위를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

6) 전라남도는 여순사건 업무에 대한 역할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책임을 다하라.

여순사건 실무위원회가 굳이 전라남도에 있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전라남도 각 지자체에서 올라오는 피해신고를 신속하게 조사하고 정리해서 중앙의 여순위원회에 송부하여 결정이 빨리 이루어지기 위함일 것이다. 그리고 지역의 목소리를 잘 듣고 중앙에 전달해야 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그런데 전라남도 실무위원회나 실무지원단에서는 제 역할을 다했는지 자문해보기를 바란다. 중앙위원이며 실무위원장인 전라남도 지사의 책임이 막중하다. 그런데 여순사건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대한 의지는커녕 관심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우리들의 이러한 우려가 그야말로 기우라는 것을 앞으로 전라남도는 분명히 확실하게 보여주길 바란다.

7) 특별법과 시행령의 개정과 보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역 국회의원들은 여순 특별법이 제정되었지만, 위원회 활동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노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쳐다만 보고 있다. 특별법과 시행령의 미비점으로 인해 나타난 문제점을 해결하여, 여순사건의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이 주어진 시간 안에 처리될 수 있도록 여순 특별법 및 시행령을 개정하는데 최선을 다하여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3년 1월 25일

여순10·19범국민연대 · 여순항쟁전국유족총연합

제주4‧3범도민연대. 순천대학교10‧19연구소. 한국전쟁전후피학살자전국유족회. 여수작가회의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함께하는남도학.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장흥연합회

여수YMCA. 광양YMCA. 순천YMCA. 광양여순10‧19연구회. 여순항쟁교육강사회. 전남민예총 전남녹색연합. 전남교육희망연대. 6‧15공동선언실천전남본부. 여수시민감동연구소. 나주사랑시민회 전남동부기독교교회협의회(NCC). 전남녹색연합. 보성군농민회. 전국농민회광주전남연맹

순천교육공동체시민회의. 전남평화의소녀상연대. 전남진보연대. 화순진보연대. 녹도문화연구회

광양여순10‧19시민연대. 순천언론협동조합. 고흥보성환경운동연합. 광양교육희망연대

고흥군농민회. 고흥군향토사연구회. 장흥문화공작소. 전교조고흥군지부. 구례현대사연구회

전교조전남지부. 전남참교육동지회. 순천환경운동연합. 전교조 전남지부. 전남참교육동지회

정의당 전남도당. 전남연대회의(무순/43개 단체)

너무 늦은 正義는 정의가 아니다. 국가 범죄에 의해 수많은 사람이 죽고,

더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었는데도 우리는 正義에 무감각했고 너무 늦은 正義에 다가섰다.

여순항쟁 75년,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正義이다. 그 정의가 희생자들에게 진정한 명예회복이다.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은 그것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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